해리포터 시리즈의 5번째 영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얼마전에 핸드폰을 갤러리를 뒤져보다가, 작년 이맘때 쯤 유럽으로 여행을 갔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도착한 첫 나라는 영국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 중 하나는 해리포터 스튜디오 였습니다. 추억에 잠시 잠겨 있다가 오랜만에 OTT를 틀어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시리들 중 무엇을 볼까 고르다가, 십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던 불사조 기사단을 틀었습니다.
어려서 교훈을 준 영화는 성인이 되어서도 기억에 남는다
어렸을 적 불사조 기사단을 보았을 적 기억이 정확하게 남아있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정의'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극 중 악역으로 출연하는 새로운 인물 '돌로렌스'는 호그와트를 지배해 학생들을 주무르기 시작하는데, 조용히 순응하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학생들 속에서 불의를 참지 않고 작은 힘들을 모아 극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성인이 되어가면서, 성인이 된 이후로 항상 의협심에 가득차 불의를 보면 참지않고 나서 정의에 다가서려는 가치관이 확립되기까지 큰 역할을 한 순간들 중 하나가 이 영화를 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서 형성되는 가치관과 생각들은 보통 후천적인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데, 부모 혹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라던가 학습하며 접하는 책들 및 영상들과 같은 매체들이 그러한 요소입니다. 어떤 단어와 문장들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내용의 책과 영화 혹은 그 외 다양한 매체들을 접하며 자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청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의가 형성되는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은 그러한 면에서 어려서 접하기에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감도 지능이다? 경험하지 못할 경험들은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야 한다
요새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로 mbti가 있습니다. 유형으로 나오는 네글자의 알파벳 중 네번째 글자는 T 혹은 F로, 흔히들 공감능력의 정도를 판단하는 글자로 해석합니다. T 유형은 쉽게 말해 공감(감정) 보다는 이성(현실)에 집중하고, F는 그와 반대로 이성(현실)보다는 공감(감정)에 집중하는 글자입니다. 요즘 이 유행하는 mbti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흔히들 T유형의 사람들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며 그들을 비하하는 분위기들이 형성되곤 합니다. 사실 그 두 개의 글자로 사람을 구분짓는 다는 것은 아둔한 생각이지만, 어떤 한 성향이 특히 더 강한 사람이라고 비유하며 그들을 살펴보았을 때 T유형의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들에 대해서는 공감하기가 어렵다, 라고요. 사실 모든 인간이 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라면서 여러 매체와 환경에 노출되고 그를 통해 감정을 학습한다. 따라서 공감되지 않는 것은 상대적으로 무엇과 관련해서, 혹은 그 무엇과 유사한 어떠한 것에 대해 경험요소가 적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이번 불사조기사단을 보며 새로이 하게 되었습니다. 극 중 해리는 가족과도 같은 시리우스 블랙을 잃게 되는데, 그의 서사와 그 모습을 함께 경험하고 이해하였기에 그 슬픔을 알고,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어떠한 감정으로 다가오게 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사람은 어려서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을 하기 어려우니까요.
영화라는게 참 신기합니다. 내가 처한 상황 혹은 시기에 따라서 보이는 것, 느껴지는 것이 확연히 다릅니다. 그러다보면, 내가 쉽게 지나치고 꺼버렸던 영화, 혹은 내가 10번이고 넘게 봤던 영화도 다시금 생각나 찾아보게 됩니다. 여러 다양한 매체들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건강한 정서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다시금 느낍니다. 무이번에 여름휴가를 갖게 되면 혹은 주말에 시간적 여유가 되면 해리포터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 다시 정주행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