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염정아, 전혜진. 국내 대배우들이 모인 영화 크로스
올해 여름이 특히나 더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2018년이 저에겐 살면서 가장 더위로 힘든 한 해였는데, 올해도 그에 버금갈 정도로 더운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서울 간밤까지 118년 중 가장 긴 열대야' 라고 합니다. 저는 올해 가려던 여름휴가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모든 예약을 다 취소했는데요, 그러면서 이 더운 계절에 일찍이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정에 없던 휴가를 일찍 쓰게되니 할 게 없더라구요. 병원과 은행 등등 평소에 회사를 다니며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치워도 하루이틀이면 다 끝나버려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누워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평소에 OTT를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럴 때 봐야지 언제 보나 싶은 마음에 들어갔더니 하필 이 영화 '크로스'가 개봉했더라구요. 그것도 믿고보는 국내 최고의 세 배우가 출연한다니, 이거 안누를수가 있나요! 이건 영화가 스토리나 연출이 별로여도, 배우들 연기보는 맛에 보겠다 싶어서 얼음 한가득 넣은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들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본디 익숙한 맛에 적응한다. 뻔한 맛이라도 맛있으면 자꾸 먹게 돼
*****이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 극중 캐릭터들 간의 관계가 나옵니다. 황정민 배우님과 염정아 배우님 두 분이 부부로 나오며, 황정민 배우님은 주부로 염정아 배우님은 강력계 형사입니다. 젠더감수성이 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요즘같은 세상에 감독이 어떤 의도로 이런 설정을 한걸까 생각하던 와중에, 크로스라는 제목과 포스터를 떠올리며 황정민 배우님이 분명 주부이기 전에 특수한 직업을 가졌었고 그 직업으로 염정아 배우님과 함께 범죄와 관련된 어떤 사건을 해결해나가겠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렇게 흘러갑니다.
워낙에 신선한 자극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예상이 가는 뻔한 것들은 흥미가 사라지고 관심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서 초반에 이렇게 스토리 전개가 예상되는 영화는 쉽사리 꺼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워낙에 연기력이 대단한 배우분들 때문인지 계속 입을 벌리고 보게 되었어요. 영화가 1분 1초 진행될때마다 이렇게 되겠구나 저렇게 되겠구나 얼추 예상이 되며 흘러갔는데 막상 영화의 전개가 제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을 보니 '봐바 내말이 맞잖아~' 하며 도파민이 나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뭔가 극한의 자극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자극이 오히려 안정감있는 하이텐션을 만들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자극에 취약한 사람이지만 자극에 익숙해지며 좀 더 강력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 본능속에 살아가는데요, 어쩌면 우리는 적당히 익숙한 자극지점을 찾아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에게 맞는 지점에서의 자극점에서 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전혜진 배우
사실 전 오래전부터 전헤진 배우님의 팬입니다. 그녀를 알게된 건 제가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 '비밀의 숲2' 이었는데요, 그 이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남남', '미스티' 등 그녀가 나온 드라마 작품들은 거의 다 보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그녀만의 카리스마로 역할을 소화해내는 모습에, 늘 그녀가 나오는 작품은 그 외 출연진이나 스토리 및 연출은 보지도 않고 일단봐야한다는 생각으로 보게 되었었습니다. 사실 얼마전 그녀에게 안타까운 일이 생기고 나서 참 마음이 안좋았었습니다. 그녀가 잘 이겨내기를 바라면서 스크린에서 다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도 걱정되더라구요. 사실 이 영화 포스터를 보고 나서 촬영날짜부터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불과 1년도 안지난 시기에 영화가 나오려면 몇 년 전부터 촬영이 들어갔었어야 할텐데, 알면서도 그녀가 잘 회복했을까 걱정과 응원의 마음으로 찾아봤던 것 같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이라는 책에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어떠한 진리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어떠한 진리도, 어떠한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이 구절은 제가 책을 잃고 난 이후부터 평생 제 마음속에 새겨져있는 문구인데요. 제가 감히 그녀의 아픔을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멀리서나마 팬으로서 그녀의 마음에 응원의 목소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