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하는 세상, 편리함이든 범죄든.
무엇이든 무언가가 상상을 초월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어느 시대에나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은 있었지만, 세계가 현대화되고 IT가 상상 이상으로 발전되고 개발되면서 어떤 상황과 일들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궤도를 이탈한 지 오래다, 이번에 적어볼 리뷰, 2017년 일본에서 소설로 출판되며 웹툰, 영화화되었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이다. 천우희 배우님과 임시완 배우님이 주연을 맡았다. 큰 줄거리는, 극 중 이나미(천우희)가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그것을 주운 오준영(임시완)이 그녀의 핸드폰을 가지고 스토킹하며 범죄를 일으키는 스토리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만으로 어떻게 스토킹을 하며 감시할 수 있겠냐고 하겠지만, 해킹이 아무것도 아닌 지금같은 세상이라면 당연히 불가능하지 않은 스토리이다. 처음 이 영화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 떠오른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0여년 전 쯤(그때도 스마트폰이 만연했다니..) 홍대에서 친구를 만나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서로 핸드폰을 만지며 목적지 부근 맛집을 검색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친구가 '범인 찾았다!' 라고 하는 것이다. 버스에서 갑자기 범인같은 소리를 해서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대뜸 자신의 폰을 내게 비춰줬다. 화면엔 친구와 내가 함께 알고 있는 한 친구의 얼굴이었는데, 마치 그 친구가 이 친구의 핸드폰을 하고있는 모습을 전면 카메라가 캡쳐한듯한 모습이었다. 뭐냐고 물으니, 누군가가 자신의 핸드폰 갤러리에 들어와 잠금을 해제하려고 할 때, 5번 이상 틀릴 경우 전면 카메라로 사용자를 화면 캡쳐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순간 소름이 돋았었다. 왜 굳이 이런 일을 하냐고 하니, 자신의 갤러리에는 드러나면 안되는 사진들이 많다며 누군가가 자신의 사진을 훔쳐보려 할 때를 감안하여 이런 예방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록 물리적인 접근에 의한 해킹같은 맥락이었지만, 누군가가 내 핸드폰을 해킹하여 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나를 감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버린 세상
극 중 오준영은 이나미의 핸드폰을 복제해 돌려준 다음, 그녀가 핸드폰을 통해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모두 지켜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녀가 검색하는 것들, 주고받는 메세지, 심지어 음성통화까지 말이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지켜보고 그녀가 좋아하는 것, 취미들을 알아내 그녀에게 호감을 사고 집착하면서, 그녀가 자신말고는 그녀 곁에 사람이 남지 않게 만든다.
사실 이러한 가스라이팅 행위는 현대사회에 만연하게 알려져 있지만, 그 방식은 세상이 바껴가면서 우리 혹은 이나미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알고 있어도 당하는 세상인 듯 하다. 지금도 누군가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감시하고 주변을 조종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의심이 만연해진 세상이다. 자기자신을 지키기 위해 쉽게 남을 믿어서는 안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단과 방법들이 많기 때문에, 언제든 우리는 항상 경계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생각이 누군가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와 피로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피해가 이미 일어난 이후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위험들을 생각하면 응당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GPS를 켜놓기만 해도 지금 네 폰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다 알 수 있어.'
대학생 때 사촌오빠가 내게 해준 조언이었다. 한창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시절인데, 내 피드를 구경하더니 앞으로는 게시글을 올릴 때 위치태그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왜? 다짜고짜 그런 말을 하니 황당해서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사촌오빠는 학창시절부터 해킹에 능한 사람이라고 했었다(직접 본 적은 없다). 그런 SNS에서 GPS를 켜 위치를 태깅하는 것만으로 내 핸드폰을 해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에이 말도안돼, 단순히 그런걸로 어떻게 해킹을 하냐며 해킹이 그렇게 쉬운거냐고, 그렇게 쉬우면 온 세상 사람들 핸드폰 해킹하는 건 일도 아니겠다고 했다. 그러니 그 오빠는 허허 웃으며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반응이 마치 '너가 생각하는게 맞아'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순간 예전에 친구와 있었던 에피소드가 떠올랐고, 뭔가 오싹한 기분이 들어 당장에 내 SNS계정에 들어가 모든 피드에 등록되었던 위치태그를 다 지워버렸던 것 같다.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최근에 발생한 시청 역주행 교통사고만 해도 그렇다. 모든 사건과 사고들은 나의 어떤 행동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내가 행동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로부터 발생되는 그러한 상황들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조심할 수 있는 것들은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조심하는게 우리가 좀 더 현명하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